아이들로부터 외면받는 부모님들의 이야기
[아버지 A씨의 사례]
A씨는 7살, 5살이 된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A씨는 현재 배우자와 이혼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부부 간에 다툼은 잦았지만 A씨는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사랑받는 아빠였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배우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버렸고 몇달 후 이혼소장이 날아왔습니다. 면접교섭 사전처분을 통해 몇 달만에 만난 아이들은 A씨를 보고 머뭇거렸습니다. 아이들은 A씨가 가까이 다가가자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며 만나기 싫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함께 살때만 하더라도 옆에 와서 어리광을 부리거나 같이 놀자고 칭얼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A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배우자는 ‘현재 아이들이 A씨를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A씨가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양육권은 고사하고 면접교섭도 시켜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A씨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러나 이혼소송 과정에서 만난 판사와 가사조사관, 심지어는 A씨의 변호사 마저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A씨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마치 ‘아이들이 이렇게 싫어하는 것을 보니 당신이 아이한테 무언가 잘못한 것 아닌가?’라는 물음을 되뇌이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어머니 B씨의 사례]
B씨는 5년 째 아이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5년 전 B씨는 남편의 폭력과 시댁의 구박에 못이겨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당시 4살된 아이를 B씨가 데리고 가지 못하도록 격렬하게 막았습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두고 별거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B씨가 떠난 이후로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B씨가 아이와 통화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엄마랑 통화하면 아빠가 너를 싫어할 거야.’ ‘엄마는 너를 버리고 간 나쁜 사람이야’라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B씨가 아이를 보기 위해 유치원에 찾아가자 남편은 아예 집을 이사하며 잠적했습니다.
이혼소송이 끝나고 본격적인 면접교섭이 시작되자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아이의 면접교섭 현장을 감시했습니다. 아이가 B씨를 따라가려 하면 남편은 ‘엄마 따라 갈거야?’라고 소리치며 아이를 겁박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인 B씨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아빠, 나 집에 갈래’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를 홱 낚아채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달간 그러한 전쟁같은 면접교섭이 반복되자 언제부턴가 아이는 B씨를 보기만 해도 ‘집에 갈래’라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이를 빌미로 면접교섭을 시켜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시댁의 방해, 그리고 아이의 면접교섭 거부에 무력감을 느낀 B씨는 결국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1. 부모따돌림의 의미와 원인
이혼 가정의 자녀가 비양육부모와 만나기를 거부하는 일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가정, 특히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이혼 가정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른바 “부모따돌림(Parental Alienation)" 혹은 “부모따돌림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이라고 이름 붙인 이 현상은 양육자의 심리적 지배와 자녀의 복종이 빚어내는 복잡한 심리적 결과물입니다. 양육자가 비양육자에 대한 적개심을 자녀에게도 표출하며 비양육자를 만나지 말 것을 종용하면 양육자에게 생존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어린 자녀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에 굴복해야 합니다. 자녀는 양육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비양육부모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을 억제하고 비양육부모를 철저히 부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는 심각한 정서적 갈등과 고통을 유발합니다. 결국 자녀는 부모의 모습 중 긍정적인 면은 양육부모에게, 부정적인 면은 비양육부모에게 투사하는 심리적 왜곡을 바탕으로 비양육부모를 보기만 해도 울부짖거나 공포와 경멸의 감정을 호소하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6085&cid=62841&categoryId=62841)
부모따돌림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쪽 부모가 자녀를 조종하여 자녀가 정당한 이유없이 스스로 다른 부모를 증오하고 거부하게 만드는 현상이며, 이혼가정의 면접교섭 이행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양육부모의 정서적인 지배와 통제가 있습니다. 양육권을 두고 심하게 갈등을 빚는 이혼가정의 양육부모 중 많은 경우는 높은 자기애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런 양육부모들은 자녀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며 자신이 상대방을 원망하고 경멸하는 만큼 자녀도 상대방을 싫어해야 하며 상대방을 만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니까 만나서는 안된다”, “엄마와 연락하면 아빠가 너를 버리겠다”는 등의 말로 자녀가 비양육부모를 거부하도록 종용합니다.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마저 방해하고 비양육부모가 보내온 편지나 선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버리기도 하며, 심지어는 비양육부모가 아예 찾아오지 못하도록 잠적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들은 자녀가 비양육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숨기거나 포기하도록 만듭니다. 자녀는 처음에는 비양육부모와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하다가 종국에는 스스로의 의사로 당당하게 비양육부모를 거부합니다.
부모따돌림 현상이 심할 경우 자녀는 비양육부모를 보기만 해도 울부짖는다거나 심한 욕설을 하기도 하고, 비양육부모에 대해 ‘무섭다, 싫다’는 등의 강한 부정적 감정을 호소합니다. 양육부모로부터 학습한 표현들을 활용하여 비양육부모를 경멸·비난하기도 합니다.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일체의 접촉을 맹렬히 거부합니다. 양육부모는 이를 핑계삼아 면접교섭을 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별거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만했던 자녀와 비양육부모의 관계는 한 순간에 파괴됩니다.


(그림 출저: https://www.instagram.com/stop_parental_alienation_korea/)
2. 부모따돌림 현상의 악화와 재생산
해외에서는 1980년대부터 부모따돌림증후군, 부모따돌림이라는 이름으로 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축적해 왔습니다. 미국, 영국 등 가정법원에서는 “부모따돌림”이라는 개념을 인용하며 자녀의 심리를 조종해서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양육부모에게는 양육비 청구권의 박탈 등 법적인 불이익을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양육권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모따돌림 현상을 겪는 자녀와 비양육부모와의 관계 개선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개념이 법학·심리학 학계와 실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따돌림 현상을 예방하고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할 법원이 오히려 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가정법원에서는 ‘비양육자가 양육자의 집 앞으로 가서 양육자로부터 사건본인을 인도받는 방법’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도록 판결 주문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자녀는 양육부모가 보는 앞에서 비양육부모를 마주해야 하므로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부모따돌림 현상이 유발·심화됩니다. 가정법원의 판사와 가사조사관들은 부모따돌림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아이가 만나기 싫어하니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등의 말로 비양육부모에게 2차 가해를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비양육부모를 대리하는 변호사마저도 의뢰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진단과 접근으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림 출저: https://www.instagram.com/aware_parental_alienation/)
3. 이 프로젝트의 목적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부모따돌림’에 대한 논의가 풍부하게 이루어지고 관련 법제도와 판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하지 않아서 아무런 예방과 치료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부모따돌림’ 현상에 대해 많이 알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비양육부모를 거부하는 것이 비양육부모의 잘못이 아니라 양육부모의 심리적 지배에 의해 그런 경우도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예방과 치료적 대응책 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부모따돌림 피해를 겪고 계신 비양육부모님들이 모임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뜻이 있는 여러 심리학, 상담학 및 법률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보다 추진력 있는 공익사업을 준비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장기적인 사업의 첫 단추로서 우선 국내 여러 지역에 계실 ‘부모따돌림’ 피해부모님들을 찾아 사례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부모님들의 사정에 따라서 이혼소송, 면접교섭이행명령청구, 양육권변경 등 필요한 소송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느날부터 자녀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부모님, 가족 내부의 복잡한 심리적 역학관계의 희생자가 되어 오랜 기간 자녀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부모님,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자녀로부터 부정당하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는 부모님들. 함께 모여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며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알리는 일에 동참하여 주세요.